강원도 깊은 산골, 홍월리. 이름처럼 붉은 달이 뜨는 마을이라 했다. 주민들은 그 이름의 유래를 묻는 외지인에게 대개 웃으며 말했다. "옛날이야기지, 뭐." 하지만 웃음이 눈까지 닿는 사람은 없었다.
2026년 가을, 서울에서 다큐멘터리 PD로 일하던 이수진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홍월리로 돌아온다. 15년 만의 귀향이었다. 어머니는 유서도 없이 떠났고,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편히 가셨다"고만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방에서 수진이 발견한 것은 평온한 죽음의 흔적이 아니었다. 벽 가득 붙어 있는 부적들, 창문마다 매달린 붉은 실, 그리고 침대 밑에서 나온 낡은 노트.
노트에는 어머니의 필체로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아이가 돌아오고 있다. 붉은 달이 뜨면 아이가 온다. 이번에는 수진이를 데려갈 것이다."
수진은 '아이'가 누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안다. 1987년, 홍월리에서 한 아이가 사라졌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바쳐진' 것이라고,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산속 어딘가에 묻힌 아이. 마을이 번영하기 위해 치른 대가.
그 아이의 이름은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 가을, 40년 만에 붉은 달이 다시 뜬다.
수진은 어머니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님을 직감한다. 노트를 해독하고, 마을의 금기를 파헤치고, 40년간 묻혀 있던 진실에 다가갈수록 수진은 깨닫는다 — 어머니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를.
이것은 공포 이야기이자, 속죄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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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세 시간 반을 달려 홍월리 정류장에 섰다. 정류장이라고 해봐야 녹슨 표지판 하나와 시멘트 벤치 하나가 전부였다. 수진은 캐리어를 끌고 내렸다. 서울에서 입고 온 코트가 산바…
아침 햇살은 밤의 공포를 얇게 만들었지만, 지우지는 못했다. 수진은 노트를 가방에 넣고 마을로 나갔다. 먼저 들른 곳은 박씨 아주머니의 집이었다. 어머니가 부적을 부탁했다던 사람…
밤이 오자 수진은 어머니의 노트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부적의 냄새가 배어든 방에서, 형광등 불빛 아래, 어머니의 떨리는 글씨를 따라갔다. 노트는 단순한 일기가 아니었다. 그것…